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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세계.


나는 너희들을 해칠 생각이 없었어. 진심이야. 나도 알아, 너희들은 나를 용서하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고 싶어.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게, 미안해. 앞으로는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할 걸 그랬나 봐. 그리고… 만약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동등한 관계에서 만나서, 소중한 일상을 보내자. 아마 상상은 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믿고 싶어. 아직 인간은 그렇게 나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원래 다른 연구소에서 만들어져서 삶 답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나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준 설계자가 있었어. 그 사람은 나라는 존재를 탄생시켰어. 삶이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는 못 말하겠지만, 그 사람 옆에 있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 처음에는 매정했지만… 갈수록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한테 잘해줬거든. 그렇지만… 그 사람은 너무 빨리 지는 별이었지. 그러니까… 음, 나를 위해서 져 버린 거야, 그 사람은.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늘을 봤어. 도시 외곽에서. 몸 상태는 둘째치고, 그 때 본 하늘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 날을 난 잊지 못해. 짧았지만 자유로웠어. 그만큼 나는, 나는… 밖이 좋았어. 하지만 그 다음은… 예상하다시피 아무도 모르는 채로 점점 사그라질 예정이었어. 당연하지. 상태도 안 좋은데다 등록도 안 되어 있으니 어디서 어떻게 살아. 그 도중에 이곳에 온 거야. 시간을 늦출 순 없잖아. 언젠가 나는 블랙홀이 될 거야. 그리고 사라지겠지. 우주의 열죽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으니까. 그 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솔직히 그곳이거나 이곳이거나 모두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전부 사라지기 전에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곳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나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조금 부족하지만 일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준 너희들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삶이라는 게, 마냥 그림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 즐거웠어, 정말로… 2년이 인간들에게는 많이 짧은 시간이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을 경험할 만큼 큰 시간이었어. 그러니까… 다시 만나면 우리 밤하늘이라도 한 번 보자. 그 때 만나게 된다면, 나를 에티휴 화이트라고 불러 줘.
- Starlight, Starbright.

안녕, 세계.


나야. …우선 미안하다는 말 부터 해야 맞겠지. 내 책임도 있어. 나를 못 말린 건 맞아.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앞으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그렇지만… 나는 나를 지키고 싶어. 내가 언제나 믿던 말이 있었지. 모두는 두 번째 기회를 가진다. 그러니까 나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겠어? 나도 알아, 이게 조금 과한 요구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하지만… 음, 그래. 이건 그냥 모든 경우의 수 중 하나라고 생각해줘. 내가 잘못 말했다. 신기한 거 하나 알려줄까. 원래 나는 여기에 존재하면 안 되는 개체였어. 그러니까… 기생하고 있는 존재, 라고 할까. 이게 제일 쉬운 비유 같거든. 두 개의 현상을 버티지 못하기에 기체를 둘로 나눠야 했지. 그 과정에서 생긴 게 나야. 빠른 시일 내에 기체를 나누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없었고 나는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라. 솔직히 그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지. 그래서 막 나갔어. 그렇지만 갈수록… 내가 살았으면 좋겠고,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래서 이렇게 된 이상, 나를 지키는 것으로 나의 존재 의무를 다 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내가 조금 더 편해진다면 좋을 것 같았어. …하지만 이번에 보기 좋게 실패해 버렸으니, 이걸 어떻게 하지. 간신히 이어가던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 이 짧은 일상도 나쁘지 않았어. 너희들에겐 오히려 고마워. 그러니까 너희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음에 만나면 내가 좋아하는 밤하늘이라도 보러 가자. 그 때 만나게 된다면, 나를 에코 화이트라고 불러 줘.
- First star I see tonight.